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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oir / 루나(LUNA)에 대해 알아보자

언뜻 보면 나스 같고 언뜻 보면 라카 같다. 대한민국의 고이고 고인 복합 기업인 애경그룹은 생활 뷰티 선도기업이라는 표방하에 다양한 산업에 녹아들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애경그룹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제주항공도 애경꺼고 AK플라자도 애경꺼다. 2080? 애경꺼다. 울샴푸도 애경꺼고 스파크도 애경꺼다. 이 중 하나라도 이용한 적 없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아무튼, 루나는 그런 애경그룹의 색조 브랜드로 2003년 처음 런칭되었다. 17년 동안 유지된 브랜드치곤 최근에야 익숙해진 이유는 첫 런칭 당시 루나는 방문 판매용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짜고짜 찾아가서 화장품 사세요 하던 브랜드였단 소리

이후에는 홈쇼핑 브랜드로 출연하여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다가도 막장에 가까운 접근성으로 인해 진짜 알게 모르게 아는 사람만 쓰는 색조 화장품이었던지라 생각보다 돈맛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루나가 홈쇼핑하던 시절에는 저가 로드샵이 활성화되고 있었지만 숍인숍 체제로 변한 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루나는 2013년에 리런칭을 시도하는데,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젊은 층을 겨냥한 로드샵 입점 브랜드로 살아가는 걸 택했다. 이 당시 로드샵은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과 저가를 동시 수용하는 숍인숍 복합 라이프스토어가 된지 오래였고, 리런칭 후 애경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루나는 로드샵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랬던 브랜드가
이렇게 탈바꿈된 거다

리런칭 후, 체질 개선 후, 리브랜딩 후 살아남는 브랜드는 사실 몇 없다. 그도 그럴 게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날아오르려면 그만한 자본력과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저가 브랜드에서 고가 브랜드로 체질 개선하다 연일 죽쓰고 있는 미샤 같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근데 루나는 맨 처음으로 다시 시작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리런칭 후에도 잃을 게 없어(...) 시장 진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간다. 애경은 브랜드를 크게 키우고자 하는 욕망보다 제품 하나를 잘 살리고 보는 편이었고, 이러한 전략은 최신 트렌드와 일치해 루나의 성공에 일조했다.

 

이게 자본의 힘이란다

로드샵의 접근성과 만만한 가격대는 소비를 불러일으켰고, 잃을 것 하나 없던 루나는 날아오르게 된다. 딱히 고가 정책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여차하면 세일을 뿌려버려는 데다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예쁘고 쓰기 적당한 브랜드로 각인되기까지는 약 7년. 2020년의 루나는 이제 어엿이 자리 잡은 색조 브랜드가 되었다.

 

투자를 시작하면 빨리 키우고 싶어하는 욕구가 가득한 요즘, 버블마냥 쉽게 꺼지고 소비층을 순식간에 잃는 것도 다반사인데다가 한순간의 날아오름이 지속될거라 믿는 브랜드가 많은 것 같다. 버블은 반드시 붕괴한다. 조금씩 천천히 비누탑을 쌓아 올려야 살아남는다. 루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