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카메라 앱 '스노우'를 개발한 연쇄창업마(?) 김창욱 대표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인 하트잇을 인수하면서 하트잇의 대표인 서수아와 합작으로 2018년에 만든 브랜드가 바로 어뮤즈다.
즉 그 뿌리는 본질적으로 코스메틱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는데, 하필 태생이 네이버에서 미친듯이 푸쉬해주는 김창욱 대표였다는 게 이번 글의 골자 되시겠다.
그는 떡잎부터 돈될만한 짓은 안 하고 플랫폼의 가치를 다짜고짜 크게 만드는 것에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는데, 2007년부터 여행 전문 플랫폼인 '윙버스'(2014년 종료)와 소셜 커머스 플랫폼인 '데일리픽(티몬 인수)'을 창업하면서 일약 스타트업 업계의 스타덤에 올랐었다.
둘 다 작게 시작해서 적당히 키운 뒤 빠르게 손절해 큰 이익을 벌어들이자 그는 순식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었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그는 네이버의 자회사로 들어가 스노우를 개발해버린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이 카메라 앱은 네이버의 자본을 통해 어마어마한 인기를 모았다. 이 인기가 얼마나 드높았느냐 하면 페이스북의 창업주인 마크 주커버그가 탐냈을 정도였다.
그 덕분인지 스노우의 가치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버리면서 김창욱 대표의 어깨뽕을 키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 창업하기만 하면 모조리 떡상으로 만들어버린 기이한 운빨에 그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는 그가 "M&A(인수합병)가 아닌 직접 서비스로 성공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확실히 드러났었다.
문제는 그가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원숭이 손이라는 걸 아무도, 심지어 본인도 눈치채질 못했다는 것이다.
연쇄창업마라는 이명답게 창업에는 귀신같은 능력을 지닌 그였지만 자체 서비스로 시작한 스노우는 카메라 앱 특성상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한 플랫폼이 아니였고, 이용자는 날로 증가하면서 서비스 유지와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썼다. 투자금을 탕진하면 다시 투자금을 수혈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공로로 인해 스노우의 누적 적자는 어느새 1500억을 돌파해버리는 기염을 토하는데(...), 이 정도는 쿠팡(누적 적자 3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고작 카메라 앱 서비스치곤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적자폭이었다.
이에 따라 김창욱 대표는 '잼라이브'와 '제페토'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분위기를 유도했고, 나름 먹히는 듯 했다.
문제는 이 플랫폼들도 까놓고 보니 수익 모델이 없었다는 거다. 당연히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플랫폼 일수록 유저 친화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없겠지만, 그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동력원을 오로지 투자로만 진행하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앉고 사는 것 같았다.
근데 그 와중에 어뮤즈를 만든 거다.
아마도 흡수합병된 하트잇의 서수아 대표 입김이 지대하게 작용했을 거다. 수익도 벌고 연계 사업도 늘리고...
근데 이런 연계성 없는 문어발식 플랫폼 사업은 거대 자본과 시장 인프라가 없는 한 유지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거나, 순식간에 초전박살나거나 둘 중 하나였고, IT 업계 출신인 그가 코스메틱 시장에 대해 파악했을 리 만무하니 하트잇의 서수아 대표가 어뮤즈를 이끌며 수익을 만들어야 이치상 맞겠지만, 당연하게도 이듬해 2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똑같은 노빠꾸 사업이었음을 증명하는데 그쳤다.
물론 사업 초기에 규모를 불려서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야 이 정도 영업적 손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앞이 안 보인다. 어뮤즈 저렴이 브랜드잖아.
그렇다. 어뮤즈는 저렴이 브랜드도 아니다. 근데 저렴이가 아니면 애초에 저런 전략 자체가 먹히질 않는다. 저 가격대면 근본이 넘쳐흐르는 맥이나 메이크업 포에버의 립 스테인을 산다. 돈 조금 더 보태면 아예 이바닥 삼천왕 중 하나인 입생로랑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패키지가 예쁜가? 그것도 아니고. 근본은 있나? 그건 또 아니고.
세포라의 비제아르 같은 포지션을 노렸던 것 같기도 하지만 세포라 플랫폼에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오판이라 할 수 있었다. 소비자는 결코 멍청하지 않으니까. 아마 지금쯤 처절하게 인스타와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을 때리고 있겠지만, 글쎄 그래 가지고 얼마나 팔릴지..
아예 스노우랑 연계해서 파트너쉽 맺고 홍보든 판매든 했더라면 지금보단 상황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이지만 지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는 게,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어뮤즈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뭐 어쨌든 코스메틱 시장에 온 것을 환영하며, 어뮤즈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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