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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oir / 어퓨(A'pieu)에 대해 알아보자

264cafe 2020. 3. 15. 17:45

 

2008년 당시 미샤는 더페이스샵에 밀려 저가 화장품 시장 지분을 완전히 빼앗겨버렸고, 이에 따라 고가 정책으로 선회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저가 화장품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저가 전략을 그대로 채용해 1020대를 타겟팅으로한 어퓨 브랜드를 런칭한다. 즉, 어퓨는 미샤의 아들이다.

 

 

태생이 금수저였다

어퓨의 아버지 미샤의 출신은 길바닥이었다. 한때 코스메틱 업계 1위에 올랐었지만 더페이스샵의 활약에 하향세를 겪으며 온갖 고생으로 멘탈이 터진 상태였고, 과거의 영광에 취해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면서 온갖 어그로를 끌다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나이트 레볼루션' 라인 공개와 함께 미샤의 3,300원 이미지를 붕괴 시켜 소비자를 당황하게 하질 않나, 에스티 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갈색병)'와 SK-II의 '트리트먼트 에센스(피테라 에센스)' 제품을 카피한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와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내보이면서 비교 마케팅을 빙자한 노이즈 마케팅을 진행해 소비자로부터 짭테라와 짭색병이란 멸칭을 얻기도 했다.

 

어퓨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그렇게 또라이 전설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영향 덕분인지 어퓨는 좋게 말하면 부전자전이고 안 좋게 말하면 보고 느낀 게 없었다. 오히려 호부견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자사의 저가 제품이 타사의 고가 제품과 (품질이)다르지 않다는 걸 주장하는 데에 긍정적인 시연을 통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아닌 다짜고짜 타사의 뒤통수부터 때리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너다 / ㅋㅋㅋ ??

물론 항상 그래왔던 건 아니고 어퓨의 SNS 마케팅 전략 중 페이스북이 활성화되면서 시작되었다. 1020대를 타겟팅한 브랜드 특성상 말괄량이 같은 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 버릇없고 정신 나간 분탕아가 되어 있었다.

 

비싼 쿠션 왜쓰냐, 고객과 호갱은 한 끗 차이인거 몰라요?

그런데 이런 정신 나간 컨셉이 나름대로 인기를 끌어 한동안 매출에 톡톡한 성과를 주었고, 어퓨의 페이스북 마케팅은 성공적이라는 내부 판단하에 더욱더 컨셉을 굳혀갔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어퓨는 그 사실을 몰랐고, 결국 아버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첫 신호탄이 올라오게 된다.

 

바로, 미투 제품(타사의 제품을 하드카피한 제품) 마케팅이었다.

 

나스 : ??

나스의 '새틴 립 펜슬'을 저격한 어퓨의 카피 제품인 '컬러 립 펜슬'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어그로를 끌기 시작한다. 업계의 반응은 드디어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걷는구나 하며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왔지만, 어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미샤)가 저지른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 유머로서 즐기라며 펀(fun) 마케팅이란 개드립을 치곤 자신의 유머 감각에 감탄한 듯 눈치 없이 떳떳해 했고, 나스는 이런 어퓨의 반응에 무관심으로 응대했다.

 

이전 미샤의 짭테라 때는 SK-II 피테라의 공병을 미샤에 반납하면 짭테라 신제품 한 병을 무료로 교환해준다는 정신 나간 마케팅을 진행해 SK-II의 법적 대응으로 해당 마케팅을 중단한 바 있었지만, 이번엔 타사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어퓨는 본 마케팅 전략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었다.

 

괜찮은 반응을 이끈 어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슈에무라 : ??

또 카피 제품이 출시 될 거란 것쯤은 이미 예고된 상황. 문제는 똑같은 마케팅에 똑같은 어그로를 끌면서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었고,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퓨는 날아올라도 어퓨다.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고 인기를 끌어도 슈에무라 같은 위상에 도달할 수 없다. 이미 모든 소비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신 못 차린 어퓨는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스 때와는 다른 기류가 흐르자 어퓨는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데,

 

뭔데 거품 물고 달려드세요 ㅋㅋ 혹시 유머가 부족하신가?

이전 쿠션때도 고가 제품을 선호하거나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호갱이라는 늬앙스를 보내더니, 이제는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을 보곤 거품을 물었다며 비아냥거리는 어그로를 끈 것(...). 만약 현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터라면 이 실책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이 쐐기를 박아버린 일격은 하루종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독차지하며 여러 대형 커뮤니티를 후끈 달구었고, 웬만한 신문사에서 어퓨의 노이즈 마케팅을 언급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이다. 어차피 어퓨는 슈에무라가 되지 못한다. 공짜로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노출한 것만으로도 이득을 보았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사태는 수습해야 했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빠르게 꼬리를 내리는 시늉을 보여야 했다.

 

진짜 이게 사과문의 전문이다

돌발성 이벤트였는 데다가 여초 커뮤니티에서만 잠깐 이슈가 되었던 만큼 사실상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진정되었다. 어퓨의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며 본 언행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로 슈에무라를 저격했던 제품인 어퓨 아이브로우 펜슬을 출시와 동시에 1+1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당연히 엄청난 판매 실적과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례가 되어 어퓨를 들뜨게 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시는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게 철저히 조치하겠다던 어퓨는,

 

메이크업 포에버를 저격한 어퓨의 컬러 포에버 젤 라이너

당연하게도 같은 마케팅을 진행했다. 컬러 포에버 출시가 예고되면서 어퓨는 "메이크업이여 영원하라~"는 게시글을 올렸고, 이는 당연히 메이크업 포에버를 둔 멘트였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저 무반응. 바보가 아닌 이상 삼연벙(?)까지 당할 리 없었던지라, 더 이상 먹이를 주지 말라는 태도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게 되면서 어퓨의 반응은 실로 가관이었는데, 관심을 거의 구걸하다시피 게시글을 올렸을 정도였다.

 

 

1절, 2절, 3절, 명절에 큰절, 카카시 뇌절까지 가는 어퓨

 

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같은 어그로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무시해버리게 된다. 어퓨의 마케팅도 마찬가지로, ㅅㅇㅁㄹ 사과 이후 노이즈가 약해지면서 더 강한 수준의 노이즈가 아닌 이상 더 이상의 노이즈 마케팅은 효력을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퓨의 노이즈 마케팅은 끝을 보는 듯했다.

 

박근혜 정부 탄핵이 이뤄지기 전까진 말이다.

 

진짜 광기 그 자체

어떤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정부 탄핵을 반기며 행사를 벌이거나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례가 드물다. 기껏 해봐야 서너 군데 정도, 기업은 정부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퓨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심판으로 이어지자 어퓨는 기쁜 날이라며 탄핵 특별 세일을 진행하고 야외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행보에 대중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동안 노이즈 마케팅으로 저지른 과거들이 청산되듯 어퓨에 다시 새로운 긍정의 바람이 드나들었다 싶을 정도로 이미지를 회복했고, 다시 행복할 줄 알았다.

 

진짜 이게 끝일 줄 알았는데..

 

응 아니야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 중립, 성평등이 대세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었을 때 코스메틱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중 어퓨도 끼어있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어퓨 팀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당시 새로운 미투 소식은 기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고, 당연하게도 어퓨는 하루종일 언급되었다.

 

어퓨 입장에서는 아무리 자신들이 그동안 미친 마케팅을 선도해 왔다지만 이런 식의 노이즈는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었는지라, 기업 이미지 하락의 끝을 보기 전에 허겁지겁 사건을 조사한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팀장을 엄중히 징계했다며 난생처음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른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문이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느냐 하면, 어퓨 외 어퓨와 관련된 모든 SNS와 커뮤니티에 사과문이 게재되었을 정도였다. 발 빠른 처리로 미투 운동에서 빠져나온 어퓨였지만, 이전에 쌓아 올린 이미지를 송두리째 무너트리고야 말았다.

 

이전부터 어퓨는 이미지가 좋아진다 싶으면 다시 하락하고, 다시 좋아진다 싶으면 다시 하락하기를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현재 미샤가 심한 몸살을 겪으며 창사 20주년임에도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한 만큼 그에 따라 어퓨도 잠잠한 상황이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퓨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거란 점이다.

 

어퓨는 기죽지 않는다. 절대 죽지 않는다. 미샤가 낳은 노빠꾸 브랜드, 어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