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oir / 롬앤(ROMAND)에 대해 알아보자
우순 죽순 쏟아지는 개인, 소규모, 스타트업 코스메틱 브랜드로 인해 매해, 매달, 매일 기똥찬(본인들이 생각하기에 말이다.) 기획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 시켜 어떻게든 팔아보려 하는 사업가들로 가득한 코스메틱 정글에서는 어설픈 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제품 퀄리티는 자체 제작하나 외주를 주나 웬만하면 다 비슷비슷한 수준까지 왔기에 돈이면 돈, 마케팅이면 마케팅, 셀럽이면 셀럽, 뭐가 됐든 자신만의 무기가 하나쯤은 있어야 시장 진입 후 격렬한 뷰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2016년 인큐베이터실에 옹기종기 누워있던 수많은 신생아들 중 롬앤은 그 무기를 초장부터 다 달고 나온 신생아였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혼자 치트키 치고 나온 우량아였다.
연정훈·한가인, 이선균·전혜진, 축구선수 구자철, 정성룡, 야구선수 이승엽 외에도 수많은 셀럽들의 결혼을 주관한 아이웨딩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개코와 함께 시작한 롬앤은 없던 근본도 만들어내며 런칭한지 3년도 안 된 시점에 올리브영에 입점시킬 만큼 영향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아이웨딩의 김태욱 대표의 인사이드가 굉장히 넓은 만큼 이정도 성장은 당연했을 법도 하다.
그는 언론과 친했다. 친한 걸 넘어서 이력을 보면 가희 존경스러울 정도. 수십 년간 언론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적이 드물다. 쓸 수 있는 패는 모조리 다 쓰는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 든든한 빽이 있으니 롬앤은 앞으로도 날아오르는 게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딜 가서든 하는 얘기지만 요새 나온 브랜드들은 근본이 없어도 다 날아오르고, 매출 최고점 찍고 난 뒤부터는 그냥 꾸준히 유지 관리만 하다 어느 순간 매출에 고정비가 생기면 다른 브랜드 또 하나 만들어서 날아 올리고 하는 식으로 돈벌이하는 추세라, 브랜드 하나를 롱런시키며 잘 가꾸기보다 태어난 김에 사는 느낌으로 방치해놓는 브랜드가 미칠 듯이 많아져서 이제 어느 정도 스캔하면 이 브랜드가 얼마나 갈지 눈에 보일 지경인데 4년 차에 들어선 롬앤의 행보도 이제 슬슬 그 매너리즘에 빠져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중국 진출이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아서였을 듯.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브랜드가 대륙까지 넘보면서 매출의 따따따블을 원하는 건 흔히 모든 대표들의 실책 중 하나인데, 안일한 생각과 우리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마음으로는 결코 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 롬앤도 그중 하나였다. 중국 시장을 빠르게 진입하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중국 진출이 쉽지 않자 이른바 현타가 오면서 롬앤의 행보는 보란 듯이 미적지근해져 버렸다. 열과 성을 다하던 2017년, 안정을 꾀하며 중국을 바라보던 2018년이 지나가자마자 세월 그냥 가는 거지 싶은 듯한 그 느낌.
잘 가꾸면 뭐든 장사다. 브랜드는 토속적 이여야 한다. 대륙에 짓눌리는 게 아니라 대륙이 찾아오게 하는 게 브랜딩이다. 정론이고, 정석적인 말이다. 이런 말은 누구나 다 그럴듯하게 늘어놓을 수 있지만 실행하는 건 무진장 어렵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