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oir / 데이지크(dasique)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 코스메틱 업계의 보편적인 트렌드는 이글립스 같은 꾸준함도 아니고, 디어달리아 같은 신선함도 아닌, 런칭한 브랜드의 인기가 식으면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그게 PB(자체 브랜드)일 수도 있고, 아예 별개로 브랜드 일수도 있는데, 이런 형태는 근본이 넘쳐흐르는 명품 브랜드가 아닌 이상 대부분 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데이지크는 바이애콤의 신규 브랜드인데 그 끈을 아주 미세하게 연결해놓아 바이애콤의 딸인지, 아님 어디서 굴러들어 온 애인지 헷갈리게 해 놓았다. 엮이기 싫어하는 건지 바이애콤 홈페이지에서 조차 데이지크 제품을 찾을 수가 없다.
런칭한 지 3개월, 보통 초기 브랜드는 엉성한 모습을 드러내면 근본 없는 게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최선의 준비를 다 갖추어 시작하는 편임에도 데이지크는 그런 것에 아주 조금의 관심 조차 없어 보였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는 브랜드 스토리 마저 없었고, 그 흔한 카피라이팅을 통한 포장조차 하지 않았다. 자사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사회공헌을 하겠다 하는지, 동물실험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게 뭐냐는 느낌이다. 근데 어쩔 수가 없다. 애초에 바이애콤이나 데이지크나 근본이 없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바이애콤의 대표 애콤은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뷰티 블로거 겸 유튜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얘기하기 전에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은 국가 자격증이 아니다. 민간 자격증으로 돈만 내고 응시하면 개나 소나 딸 수 있다. 2급과 1급 차이는 가격뿐이고 진짜 화장품 제조에 관련된 국가 자격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고 애콤은 그런 자격증을 가진 유튜버였을 뿐이고, 그 유튜버가 2017년에 만든 브랜드가 바이애콤이다.
이렇듯 전문적인 경영인이 아닌 유튜버로 비롯된 브랜드 특성상 브랜딩 관리가 철저할 리 만무했고, 이는 자신의 두 번째 브랜드인 데이지크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된 거다.
코스메틱 시장은 마케팅만 열과 성을 다하면 날아오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제품은 탬플릿 몇 가지랑 프리셋 몇 가지로 뚝딱뚝딱 만들어서 AI 파일로 만든 로고 몇 개 제조 업체에 넣어주면 곧바로 제작해준다. 초기 자본도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최저 3천에서 5천 정도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이렇게 쉽고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니 데이지크 같은 브랜드도 튀어나오는 것이다. 네이버에 광고료 좀 쥐어주고 제품 라인 신설해서 목돈 좀 모으고, 그렇게 날아오르다가 재미가 시들시들해지면 또 다른 제품도 만들어보고 하는 브랜드가.
이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 싶다면, 그렇다. 사실이다. 창업 전에는 모든 게 다 쉬워 보이고, 시스템만 이해하면 오픈까지는 대단히 간편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모든 것이 창업주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마케팅만으로 어찌어찌 팔고 어찌어찌 브랜드가 운영될지는 모르나, 꼭 이 브랜드여야만 된다는 가치가 없는 브랜드는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더라도 평생 2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닌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들이 트렌드랍시고 구색이라도 갖춰놓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기본 됨됨이라도 부족하면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으니, 소비자는 절대 바보가 아니니까.
진짜 돈은 벌기 쉬운 세상이다. 소신 있는 자가 더 살아남기 어려운 건 이 세상 이치가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럴듯한 브랜드가 더 많은 세상이니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바이애콤의 데이지크였다.